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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0

안녕하세요, 저는 rule of 40 비즈니스를 구축해 저 개인의 생존가능성을 높이려고 노력 중인 이장후라고 합니다.

어떤 일을 했나요

때로는 자율주행 전동 킥보드 프로젝트에서 로보틱스 엔지니어로, 때로는 DIY 칵테일 키트라는 아이템의 공동창업자로 일하며 예비창업패키지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맹윤호 이사님과의 인연으로 오라일리 책 《MLOps 실전 가이드》를 번역해보기도 했고, 짧은 시간 네이버 컴퓨터비전팀에서 인턴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공군에서 의무복무 중입니다. 운 좋게 모니터를 세 대 두고 개발하는데요. 주간에는 군에서 사용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퇴근 후에는 짬을 내어 프로젝트들을 돌려 보고, 유튜브 채널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1년 동안 영상 10개 정도를 올렸고, 구독자는 1만 1천 명이 되었습니다. 이 채널을 퍼널로 삼아 첫 기술 강의를 판매했고, 5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무료로 컨시어지를 제공하며 AX 보조자로서의 기회도 만들어가고 있고, 광고 협찬 기회도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안정적인 경제 엔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지만, 오디언스를 실제 유료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했습니다.

고슴도치 컨셉트

‘고슴도치 컨셉트’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제안한 용어로, 3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이 가진, 그 기업만이 지속할 수 있고 압도적으로 잘할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고슴도치 컨셉트는 하드스킬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담배나 초콜릿과 같은 불건전한 제품을 브랜딩해서 판매하는 일’처럼 추상적인 덩어리를 의미할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 개인의 고슴도치 컨셉트를 찾는 중이지만 아직 마땅히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여기 구성원 여러분께서는 무엇을 할 때 칭찬을 받고, 내적 동기를 얻으며(지속가능성), 수익을 내나요(경제 엔진)?
자기객관화를 해 보면, 어떤 하드스킬을 놓고 보더라도 저는 특출날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웬만한 사람보다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디자인과 마케팅을 바라보는 감각도 좋지만 최고는 아닙니다. 웬만한 사람들보다 빠르게 배우지만 타고난 학습가는 아닙니다. 모든 게 다 2등급짜리라 뭘 하나 뾰족하게 한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개발, 기획, 브랜딩, 디자인, 마케팅… 뭐 하나 뾰족하게 할 줄 안다고 외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낸 장관상부터 장려상까지 상장 더미를 볼 때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 있어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수많은 시너지를 내기도 했음이 떠오르곤 합니다. 팀원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호흡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했기에, ‘잘 되는 팀에 대한 감각’을 은연중에 얻었습니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하는 과정에서 브랜딩부터 스토리텔링까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멋지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같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기술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감각’을 은연중에 얻었습니다. 프로젝트 실패 속에서 팀과 아이템에 대한 문제정의를 하는 습관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시간 투자와 성과를 추상적으로 돌이켜볼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게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기까지의 일련의 일을 잘 하고, 좋아할지도 모르겠구나(지속가능성)’를 느끼곤 합니다. 더불어, 이런 하드스킬로 정의하기 어려운 능력들을 조합하여 정말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어떻게든 무언가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제가 남들에 비해 많이 훈련된 영역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확실하진 않으나 이것이 제 고슴도치 컨셉트일지 모르기 때문에, 제 문제정의 스토리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를 지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것을 수익으로 연결지어 경제 엔진까지 돌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한 시도들

경제 엔진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그중에는 실제 고객과 매출을 만든 것도 있었지만, 아직 제가 원하는 형태의 지속 가능한 경제 엔진으로 이어진 것은 없습니다.
먼저 TreeLM이라는 생산성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약 2,500회의 노출에서 유료 구독자 5명을 확보했고, 총 30달러 정도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에 실제로 돈을 내는 고객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서비스는 결국 중단했습니다.
서비스를 지속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혼자 유지할 수 없는 구조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프론트엔드를 전혀 할 줄 몰랐고, 그 영역을 동료에게 완전히 위임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합을 맞춘 적 없는 동료의 지속 가능성에 서비스 전체가 의존했고, 동료가 더 이상 참여하기 어려워지자 저 혼자서는 서비스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제품의 비용 구조도 좋지 않았습니다. TreeLM은 사용자의 GPT나 Claude 구독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API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웹 서비스였습니다. 정작 저 자신도 이미 구독 토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며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서비스를 만든다면 사용자가 자신의 구독이나 로컬 환경을 활용하게 하고, 저는 UI와 워크플로에 대해서만 비용을 받는 방식을 우선 고려하려 합니다.
기술적인 비용 문제도 있었습니다. TreeLM은 컨텍스트가 트리 형태로 뻗어나가는 서비스였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K-V Cache를 효율적으로 재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캐시 없이 긴 컨텍스트를 반복해서 처리하면 실제 대화 길이에 비해 사용량과 비용이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추론 비용 구조까지 설계 초기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동시에 회원제 콘텐츠와 기술 강의를 만들기 시작했고, 무료 컨설팅과 프로덕트 제작도 시도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는 1만 1천 명까지 늘었고, 첫 기술 강의를 통해 5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매출만 놓고 보면 TreeLM보다 훨씬 유의미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제가 찾는 경제 엔진의 온전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4시간짜리 강의를 만드는 데 160시간 이상을 사용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을 설계하는 일은 좋아하지만, 제 기준의 완성도를 맞추기 위해 반복되는 준비 작업은 때로 너무 따분하고 지속하기 어려웠습니다. 매출은 만들었지만 같은 방식으로 다음 강의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강의를 판매하며 매출의 자릿수를 바꾸는 가장 큰 요인이 퀄리티나 브랜딩보다 시의성일 수 있다는 점도 느꼈습니다. 두 요소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지금 당장 배우고 싶어 하는 주제를 적절한 시점에 내놓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이는 강의 사업이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일뿐 아니라, 계속해서 시장의 시점을 맞혀야 하는 사업이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강의 플랫폼의 역할에도 의문이 생겼습니다. 최소한의 오디언스를 이미 확보했다면 인프런 같은 플랫폼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플랫폼이 마케팅이나 B2B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판매자가 확인하기 어렵고, 플랫폼이 가져가는 30%~70%의 수수료는 직접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클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직접 판매하거나, LLM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파일과 도구의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하려 합니다.
컨설팅 역시 비슷했습니다. 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약 20시간을 사용하며 맞춤형 도움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제가 직접 시간을 투입하는 만큼만 매출을 만들 수 있다면 확장 가능한 경제 엔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바쁜 와중에 이런저런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맹윤호 Founder께 감사드립니다.

약점

뾰족하게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가면 증후군이 심한 편입니다.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어 보여주려는 제 습관은 사실 무언가를 만들어 대중에 보여주는 사람이 때로는 포기할줄도 알아야 하는 습관이기도 합니다.
프로가 되려면 명확한 시간 내에 산출물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저는 혼자서 일을 한다는 핑계로 타임 바운드를 넉넉하게 잡는 저 자신을 볼 때마다 제가 프로가 아님을 많이 느끼곤 합니다. 이 점을 보완하고 주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밀어붙이는’ 면모를 보유하신 지수함수적인 분과 시너지를 내보고 싶습니다.

껍데기보다는 내실을

어느 순간부터는 화려한 비전, 유니콘같은 멋지고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튼튼한 내실을 가진, 작지만 확실한 가치를 만들어 저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며 신세지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굶주림과 생명의 위협이 줄어든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생존의 문제는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데, 저는 지위와 경제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한층 해방된 삶이 생존력 높은 삶이라고 봅니다.
각 개인의 비즈니스 사이에서 시너지를 만들면서도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는 CREW라는 조직체를 만들어 1년간 가꾸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정리했던 CREW 원칙을 공유합니다.
1.
우리는 아이템에 대한 비전보다 본질적인 인생의 비전을 공유하고 달리는 사람들이다: 아이템과 프로젝트의 시작과 종료, 성공과 실패를 가리지 않고 존속될 수 있는 팀을 그린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고 서로의 인생과 가치를 도외시하지 않는다.
2.
이 세상에 유일하게 절대적인 명제가 있다면 절대적인 가치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템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인지는 전적으로 믿음에 달렸다. 욕을 먹는 회사에도 훌륭한 비전은 있고, 그것은 종교처럼 작동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신봉하지 않는다.
3.
고객의 지불용의를 가치라고 믿는다: 전략과 내실 없이 의미없는 투자를 받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는다. 투자를 받아야 한다면 그것도 치밀한 전략에 의한 것이다.
4.
100억 기업도 10명이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규칙과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 비전을 관리하는 것, 사람을 관리하는 것에 힘이 들기 시작한다면 인재 밀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두 명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만 두고, 세 명치의 보상을 제공하는 편이 낫다.
5.
추상화가 무엇인지 알아라: 간단한 것, 요약하는 것, 복잡한 것, 단순한 것, 오해하는 것, 어려운 것, 추상적인 것, 구체적인 것의 관계를 이해하라. 논의에 접근하는 서로의 추상화 수준과 추상화의 장단점을 인지하지 않으면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 다른 추상을 받아들이고, 해당 추상으로 생각을 해 본다면 동일한 것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6.
문제해결(욕구해소)보다 문제(욕구)정의가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욕구를 해소) 위한 솔루션에 집착하지 말고 서로의 걱정을 들어라. 끊임없이 ‘왜’ 를 던지면 더 본질적인 문제(욕구)에 접근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사람들이 입밖으로 꺼내는 그럴싸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문제(진짜 욕구)를 해결(충족)해라.
7.
한번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해 봐라: 아무리 걱정을 하고, 문제정의를 엄밀하게 하려고 하더라도 이야기가 빙글빙글 돈다면, 문제를 정확히 관통하는 액션을 7일 안에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실행해 보아라. 실행할 때에는 아무리 그 의견에 반대했던 사람이라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 보아야 한다.
CREW는 단단한 기량을 가졌다고 생각한 3~4명이 느슨한 연대를 통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조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교훈을 안은 채 실패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들을 공유하려 하더라도, 서로에게 명확한 이익을 주지 못하고, 각자가 소규모 비즈니스라는 목표가 높은 우선순위에 있지 않는다면, 조직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유명무실해질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실패 이후에는 1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rule of 40을 만들어가는 분들과 소통하되, 관계 자체보다 빠른 액션과 명확한 상호 이익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다소 어색하지만 사람에 대한 정은 많은 편입니다. 서로 바짝 가까워지기보다 성과를 위해 약간의 건전한 거리를 두면서, 필요할 때 실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관심분야와 취미

로보틱스(Physical AI)
지금은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지만, 평생을 어떤 하나의 주제에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진화심리학과 뇌인지과학적 관점을 접목하여 로봇에 지능을 부여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 주제 또한 1차적으로는 컨텐츠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데 사용하고 싶고,
2차적으로는 프로덕트를 만들어 가치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글쓰기를 많이 합니다.
두바퀴 달린 모빌리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 이륜차를 타고 대한민국 전국 일주(3000km), 일본 큐슈 일주(2000km)를 했습니다.
여행갈 때면 기차에 제 개인 킥보드를 싣곤 했고, 파리 교환학생 중엔 자전거로 시내를 많이 돌았습니다.
주류를 좋아합니다. 이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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