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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VIT의 기술 사조 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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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은 늘 우리가 가려는 길을 단숨에 압축해줄 것처럼 등장합니다. 새로운 발견, 새로운 도구,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무언가는 마치 숙련과 시간과 시행착오를 우회하게 해줄 것처럼 과장되곤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가장 먼저 돈을 버는 사람은 그 도구를 깊이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그 도구를 둘러싼 기대와 불안과 욕망을 중개하는 사람이 되곤 합니다.
골드러시 땐 금을 캐서 부자가 된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탐광자는 고된 노동과 높은 물가 속에서 큰돈을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낸 쪽은 골드필드 주변에 물자, 운송, 숙박, 유통을 공급한 사람들이었다. “금을 캐라”보다 “곡괭이와 삽을 팔아라”가 그 시대의 현실을 더 잘 설명합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인터넷은 세상을 바꿀 거대한 약속으로 포장되었고, 수익성 기록이 거의 없거나 비현실적인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까지 급격히 고평가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을 실제로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보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서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팔 수 있느냐였습니다.
산업화 역시 인간의 숙련을 기계와 분업 체계 안으로 재편한 거대한 변화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구와 시스템은 숭배되었고, 인간의 숙련과 판단은 종종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습니다. 오늘날 “AI를 쓰면 된다”는 말이 인간의 훈련, 취향, 책임, 장인성을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해지는 장면은 이 역사와 닮아 있습니다.
요즘 AI도 이 반복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실제 문제를 풀 줄 아는 사람보다 “AI로 돈 버는 법”을 파는 강사, 중개자, 마케터, 툴 셀러가 먼저 부상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습니다.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둘러싼 분위기, 공포, 과장, 기대가 먼저 시장이 됩니다.
하지만 나는 기술 비관론자는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을 의심만 하거나, 손의 기술과 인간의 능력만을 절대화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기술은 실제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감각을 확장하고,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계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소란입니다. 속도, 발전, 신기술, 생산성이라는 말이 스스로 목적이 되는 순간들뿐 아니라, 생산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그것이 최고라고 믿는 합리주의관의 피로 말입니다. 제게 중요한 기준은 기술이 얼마나 새롭고 빠른가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삶의 질, 즐거움, 인간의 성숙, 지속성, 구체적인 효용에 어떻게 기여하는가입니다.
이 생각을 대변하는 단서를 찾기 위해 예술 사조를 돌아봤습니다.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예술은 여러 방식으로 반응해왔습니다. 어떤 예술은 미래주의처럼 기술과 속도를 적극적으로 찬양했습니다. 어떤 예술은 예술공예운동처럼 산업화가 인간의 손과 생활윤리를 훼손하는 방식에 저항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예술은 팝아트처럼 대중매체와 소비 이미지의 유통 구조를 예술의 재료로 삼았다. 또 어떤 예술은 다다처럼 전쟁과 근대 이성에 대한 믿음을 급진적으로 해체했습니다.
이 중 하나에 완전히 속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을 조롱하고 끝내는 사람도 아니고, 순수 장인주의자도 아니며, 단순한 기술 찬양론자도 아닙니다. 나는 삶이 더 나아질 가능성을 믿지만, 그 가능성이 과장된 구호나 시장의 유행어로 소비되는 것은 경계하고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바우하우스의 문제의식에 끌립니다. 바우하우스는 예쁜 것과 쓸모 있는 것을 갈라놓지 않았습니다. 좋은 형태는 좋은 생활 조건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예술과 산업, 개인의 감각과 사회적 생산을 하나의 문제 안에서 보려 했습니다. 기능적인 것이 아름다울 수 있고, 아름다운 것이 생활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디터 람스는 이런 바우하우스적 문제의식을 이후의 산업디자인 윤리로 더 냉정하고 정제된 방식으로 보여준 인물입니다. 그의 좋은 디자인 원칙은 혁신, 유용성, 아름다움, 이해 가능성, 정직함, 지속성, 세부에 대한 철저함, 환경적 책임, 절제를 강조합니다. 그는 주변 세계가 형태와 색과 소음의 혼란으로 가득 차는 것을 경계했고, 좋은 디자인은 스스로를 과시하기보다 제품과 생활을 더 명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태도는 제가 기술을 바라보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기술은 요란하게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삶 안에서 조용히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좋은 도구는 사람을 지치게 하거나 압도하지 않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사람을 유혹하는 동시에 속이지 않습니다. 좋은 기술은 미래를 과장해서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실제로 조금 더 잘 살게 만듭니다.
하지만 때론 이들의 사상은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요란하진 않지만 기술과 제품이 에너지와 영감을 주지는 않고 시대의 흐름과 속세에 무관심합니다. 삶은 명료성과 효율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은 도구를 사용할 때 이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하고, 즐기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낯설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팝아트, 백남준, 멤피스가 보여준 감각에도 힐끗대게 됩니다.
팝아트는 동시대의 이미지, 소비문화, 대중매체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상품, 스타, 광고, 복제 이미지처럼 세상을 실제로 움직이는 표면을 예술의 재료로 삼았습니다. 이 점은 AI를 둘러싼 돈벌이 담론, 산업적 선동, 툴의 유행, 플랫폼의 욕망을 곁눈질하는 내 관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세속적인 것은 얕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작동 방식은 종종 그 세속적인 표면과 욕심 위에 드러납니다.
백남준은 기술과 새로움을 악마화하지 않았고, 기술을 단순히 효율의 도구로만 보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그는 텔레비전, 전자회로, 영상매체를 인간의 감각과 세계 인식을 다시 조직하는 재료로 다뤘습니다. 기술은 차갑고 기능적인 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놀이와 연결과 사유의 매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태도는 기술을 무조건 찬양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인간적인 상상력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멤피스의 감각도 완전히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멤피스는 기능주의의 엄숙함과 근대주의의 절제를 비틀었다고 평가받습니다. 장식, 색, 패턴, 기호, 유희를 전면에 내세웠고, 조화로움보다 강렬함을 선택합니다. 저는 그 명랑한 혼란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기보다는, 지나치게 권위적인 진지함, 조용함, 모든 것을 효율과 명료성으로만 환원하려는 태도에 반기를 들고 싶습니다. 좋은 물건과 좋은 기술에는 때로 약간의 엉뚱함, 여유, 불필요한 요소, 약간의 농담, 약간의 “찰짐”이 필요합니다.
다시 AI로 돌아와서, 제가 원하는 것은 기술 낙관도, 기술 냉소도 아닙니다. 기술과 풍요를 받아들이되, 과장과 허영을 경계하고 싶습니다. 기능과 생산, 생활의 개선을 진지하게 생각하되, 그것이 공허한 소란이나 시장의 선동으로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좋은 기술과 좋은 디자인은 미래를 크게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실제로 더 잘 살게 만드는 형식입니다. 바우하우스와 디터 람스의 절제된 윤리를 바탕에 두되, 팝아트와 백남준, 멤피스가 보여준 동시대성, 매체 감각, 유희를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절제된 기능주의 위에 욕심이 약간 반영된 시대적 위트를 얹는 것. 쓸모를 중심에 두되, 삶을 너무 건조하게 만들지 않는 것. 기술을 받아들이되, 그것이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지 계속 검증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이 메모에 쓰이면 좋을 것 같은 재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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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에서 제가 느끼는 피로는 제게 낯선 것이 아닙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 비슷한 피로를 많이 느꼈습니다. 극단적 합리주의적 사고관에 기반한 프리토타이핑과 속도를 미덕처럼 내세우는 태도, 강한 정신무장과 자기 소진을 당연시하는 문화, 시장의 하이프에 올라타 소음을 증폭시키는 방식, 전투와 성장을 조직의 미덕으로 삼는 감각은 늘 어딘가를 빠르게 돌파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사람을 쉽게 닳게 만드는 그림입니다. 한동안은 그에 열광했고, 지금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건강을 꽉 조여 왔습니다.
from: 이 메모에 쓰인 생각을 만든 앞의 생각들입니다. 앞의 생각과 연관관계를 설명합니다.
supplementary: 이 메모에 작성된 생각을 뒷받침하는 생각의 새로운 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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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 이 메모에 작성된 생각과 대조되는 생각의 새로운 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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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이 메모에 작성된 생각으로부터 발전된 생각의 새로운 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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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생각에 참고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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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메모 템플릿 버전 2026.03.20